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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0 15: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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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인류가 완전한 평화 속에 살았다는 것도,
극도의 폭력 속에 살았다는 것도 완전한 진실이라고 보긴 어렵겠죠.
근대 지식인들이 꿈꾸던 평화로운 원시 공산사회라는 것은 당연히 허구이지만, 원시인들은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종이라는 것도 대부분은 허구에 가깝습니다.
물론 식인 풍습이 있는 원시 부족들도 있기는 하지만 상당히 드물고, 인간을 식량으로써 사냥해 잡아먹는 원시부족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면 됩니다.
식인 풍습은 식문화라기 보단 주술적 의미가 강한 경우가 많아서, 먹은 상대의 능력을 흡수한다는 의미로 강력한 적대자의 신체 일부를 먹거나, 또는 장례식의 일부로서 죽은 조상의 신체 일부를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식량으로서 식인이 벌어진 것은 오히려 인간이 농경을 시작하고 도시문명을 만든 이후, 기근 등으로 극도의 식량난을 겪기 시작하면서 더 빈번하게 벌어졌을 것입니다.
문화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저서 <슬픈 열대>에서,
그가 실제로 방문해 관찰했던 원시 부족들의 삶을 기록하면서 현대인들이 만들어낸 '야만인'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지 통렬히 비판했습니다. 문명의 발달 수준과 관계 없이, 인간의 기본적 성향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인간이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생존하게 만든 원동력은 발달한 언어능력을 기반으로한 협동성입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회적인 동물이고,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원시 사회에서도, 인간은 때론 폭력적이기도 하지만 합리적으로 협력하기도 하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여 우정을 갖는다는 겁니다.
인간보다 더 원시적인 사회를 이루고 사는 유인원들만 봐도 쉽게 알수 있습니다. 특히 침팬지는 유인원들 중에서도 유난히 폭력성이 강한 동물이지만 동시에 사교적이고 사회적인 동물이기도 해서, 침팬지 사회는 제도라고 할만한 것도 없고 사유재산도 없는 원시적인 사회이지만 내부적인 권력 다툼, 타부족과의 영역 다툼도 끊임 없이 벌어집니다. 그러면서도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아니라, 나름대로 질서잡힌 사회를 이루고 서로 협력하며 나름대로 평화롭게 살고, 평화를 크게 해치는 개체는 무리에서 추방되기도 하죠.
하물며 유인원보다 더 사회성이 발달한 인간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사회제도와 사유재산이 발달하기 이전의 원시 인류가 약탈이나 정복을 목적으로한 체계적인 전쟁을 일으킬수는 없었고,
그럼에도 일상적인 폭력이나 부족간의 다툼은 존재했겠지만
완전한 폭력과 무질서 상태 또한 아니었으리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