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그 입장에 처한다면'이라는 가정이 그렇게 비논리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존 롤스의 정의론이 무지의 장막을 기초로 엄격한 논리를 쌓아 올린 것만 봐도 그렇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임을 전제하고 볼 때, 누가 그 입장에 처하더라도 억울함을 당하지 않도록 최저한의 정의를 추구하는 것은 상당히 합리적인 논거입니다.
예컨데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것도 비슷한 논리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정황상 유력하지만 유죄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용의자를 유죄로 추정한다면, 훨씬 더 많은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잠재적인 추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공리적 방식으로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때는 억울한 누명을 쓴 소수에 비해 범죄로부터의 안전을 보장받는 사람은 더 많을 수 있죠. 그러나 누구도 그것을 정의롭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인생은 한번뿐이고, 누구도 한번뿐인 인생을 억울하게 빼앗기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죠.
현실은 가장 공정성을 추구해야 할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로남불을 시전합니다. 당연한 듯이 팔이 안으로 굽죠. 자기들도 겪기 싫은 일을 타인에게 겪게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