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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6 16: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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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정의는 '미래의 소득을 위해 현재의 소비를 포기하는 것' 입니다.
예를 들어 농부가 알곡을 먹는 대신 땅에 심어 농사를 짓고, 상인이 주문에 대비해 상품 재고를 쌓아두고, 제조업자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공장을 짓고 설비를 갖추는 것이 본원적 의미의 투자입니다. 즉, 모든 생산활동에는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기에 현재 소비를 줄여 생산에 쓰는 것이 투자입니다.
그런데 금융이 발달하면서, 실질적인 생산에 기여하는 실물투자와, 소유권과 지분을 분배하는 금융투자가 분리되었습니다.
예컨데 님이 직접 식당을 차리려고 건물을 임대하고 인테리어를 갖추고 식자재를 사고 요리사를 고용한다면 실물 투자입니다. 그러는 대신 그냥 백종원이 세운 요식업체인 더본코리아의 주식을 산다면 금융투자입니다.
금융투자를 하더라도, 누군가는 실제 식당을 차려야 하므로 결국 금융투자는 실물투자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본원적 의미의 투자에서 불확실성은 시간이 걸리는 생산활동에 동반되는 불가피한 위험입니다. 농사를 짓는데 가뭄이 들어 흉작을 거두는 것이나, 또는 대풍작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은, 지속적으로 생산활동을 해야 하는 농부 입장에서는 감당하기 싫은 위험입니다.
현대의 금융공학은 분산투자 등의 기법으로 불확실성을 줄이고, 파생상품을 통해 위험 그 자체를 거래할 수있게 함으로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냈습니다.
즉, 금융에서 투자는 더 이상 생산과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수치화된 위험과 확률의 게임이 된 겁니다.
현대에 투자가 도박과 무엇이 다른가, 투기꾼들이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 않나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은 결국 금융투자의 이러한 속성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도박은 생산적인 활동과는 무관한, 오직 불확실성에만 의존하는 제로섬 게임입니다.
그리고 금융투자 중에서도 특히 파생상품 시장은 또한 오직 불확실성만을 거래하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점에서 도박과 매우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파생상품 시장에서 도박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파생상품은 근본적으로 실물 생산활동에 기반하고 있고, 실제로 실물 생산활동에 기여한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차이점입니다.
투기꾼들이 파생상품시장에서 거래하는 불확실성은 원래는 생산자가 직접 부담해야만 했던 불확실성으로, 생산자는 불확실성을 팔아 확정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반면 투기꾼은 불확실성을 통해 대박 아니면 쪽박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파생상품 시장의 원래 존재 의의는 서로 다른 불확실성을 조합해 상쇄시킬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수 있다는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