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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30 10: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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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 기록 방법을 “춘추필법”이라고 합니다.
크게 세가지 특징이 있는데,
1. 가까운 곳의 일은 자세하게, 먼곳의 일은 간략하게…
2. 뭐든 나를 중심으로, 나한테 유리하게…
3. 나 빼고는 다 오랑캐.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에 대해서는
“옆나라 오랑캐 새끼네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아빠개는 검둥이고 엄마개는 흰둥이라서
새끼 여섯마리 중 세마리는 검둥이, 두마리는 흰둥이,
나머지 한마리는 반반 섞여 나왔는데,
그 모양이 정말 웃기게 생겼대.”라고 세세하게 기록하고,
한다리 건너 있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저기 북쪽 어디 있는 오랑캐 새끼한테 이런일이 있었대”
하고 끝내는 거죠.
외국 사신들이 오는 건 무조건 “입조”라고 했는데,
제후국이 상국에 인사하러 가는 걸 뜻합니다.
당시 외교 관례상 상대국을 방문할 때 선물을 교환했는데.
상대국 사신이 들고 오는 건 “조공”,
자기네가 주는 건 “하사”라고 기록했죠.
그리고 중국 황제들은 이웃나라 왕들한테
심심하면 벼슬을 하나씩 줬습니다.
“저 병신이 뭐래?”하고 안 받으면
옆나라 오랑캐 새끼가 오만하기 짝이 없다고 기록하고
“커리어 쌓는 차원에서 일단 받아보자”하면
옆나라 오랑캐가 제후국이 되었다고 기록합니다.
심지어 전쟁에 져놓고 승전국 왕한테 벼슬을 줍니다.
“이 벼슬 좀 받아줄래? 미안해서 그래 내가.”
안 받으면 말고, 받으면 승전국인 자기네가
패전국의 왕을 넓은 아량으로 용서하고
제후로 봉했다고 기록합니다.
그 버릇을 몇천년 동안 못 버리고
21세기에도 염병을 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