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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5 09: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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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경우라고 해야 하나?
진해에 있는 해군 기술병과학교에서 후반기 교육 받을 때였음.
우리 병기학부는 외박 복귀하는 날
선.후배 할 것 없이 한 장소에 모여서
다같이 저녁을 먹고 복귀하는 게 전통이었음.
그날도 다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술을 꽤 마셨음.
복귀시간이 돼서 왁자지껄 떠들면서 가고 있는데,
동네 양아치들이 시끄럽다며 시비를 걸었음.
“죄송합니다”하고 그냥 가려는데,
선배 한명이 술김에 그중 한놈 멱살을 잡은 거임.
옥신각신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선배들 보고 술 취한 선배 데리고 먼저 들어가라고 하고
양아치들한텐 복잡하게 여러사람 엮지 말고
나랑 결판을 내자고 했음.
양아치들도 좋다고 함.
선배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마자
사람들 복작거리는 진해시내 한복판에서
정복 입은채로 무릎을 꿇었음.
그리고 큰소리로 “죄송합니다!!!”를 연발했음.
사람들 다 쳐다보고, 양아치들 당황하고…
그러다 그중 한놈이 겁나 젠틀한 목소리로,
“일 나이소. 그정도면 됐심더. 고마 일 나이소”
하면서 일으켜 세움.
그리고 다른놈이 남자가 동료들을 위해 무릎을 꿇었다며,
용감하다고 칭찬해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마무리 하고 복귀하는데,
선배 중 한명이 내가 걱정 돼서 돌아오다가
그장면을 다 목격해버림.
그뒤로 나는 선배들을 위해 시내 한복판에서 무릎을 꿇은
용감하고 의리 있는 후배가 됐고,
평소 독쟁이였던 그 술 취한 선배는
나한테만 순한 양이 되었음.
참고로, 해군은 정복 입으면 바닥에 앉아서도 안 되고
뛰어서도 안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