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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4 00: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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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본죽에 의도적으로 안 가요.
간암 때문에 아무것도 못 드시고
맨날 몰핀에 취해서 몽롱하시던 분이
제가 사다드린 본죽 한그릇을
두번에 나눠서 알차게 드시고 이튿날 돌아가셨어요.
저녁때 사다드렸더니 절반만 드시고 남기셨는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시더니
초롱초롱한 눈으로 어제 먹다 남은 죽 어딨냐고 하셔서
전저레인지에 데워 드렸거든요.
그걸 바닥까지 싹싹 긁어서 맛있게 드시길래
잠깐이나마 회복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었는데,
이튿날 돌아가셨어요.
그 뒤로 14년이 지나는 동안 본죽에 한 번도 안 갔어요.
지나가다 간판만 봐도 엄마 생각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