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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3 15: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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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973년생, 92학번, 49세입니다.
저희 40대도 딱히 꽃놀이패를 쥐고 산 건 아니에요.
대학 졸업하기 직전에 IMF 구제금융 사태 터지면서
취직이 안 돼서 학교에 눌러 앉거나
영업직, 일용직 같은 비정규직으로 빠진 애들이 태반이에요.
나중에 경제 회복 되고 취업 하려니까
나이 많다고 신입은 안 되고, 그렇다고 경력이 없으니
경력직도 안 돼서 그냥저냥 살게 된 사람들 많아요.
어찌어찌 공채 원서 넣었더니
내 경쟁상대들이 그때 학교에 눌러 앉아서
석박사 학위 딴 동기들이에요.
4~5년 경력 단절된 학사보다 석박사를 뽑더군요.
선배들 10~15년 정도면 이룰 수 있던 것들을
저희는 20년 넘게 걸려서 겨우겨우 이뤄볼까 했더니
내가 돈을 버는 속도보다 집값 올라가는 속도가
열배는 빠르네요.
정부지원이라도 받아서 뭐라도 좀 해보려고 했더니
20~30대 청년 지원 아니면 50대 이상 인생2모작 지원 뿐이에요.
그나마 2000년대 초에 닷컴 버블 있을 때,
디지털 첫세대인 덕에 아주 뒤쳐지진 않고
겨우 동앗줄 붙잡고 살아남았아요.
그런데, 그마저도 이제 나이 많다고
관련업계에선 퇴출 되는 상황이에요.
40대가 20~30대의 고난과 남녀 갈등을 몰라서 가만 있는 게 아니에요.
알면서 모른척 하는 것도 아니에요.
알지만 도울 방법이 없어서 가만 있을 수밖에 없어요.
좋은 세상 만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해서 가만히 있는 거예요.
내목숨 부지하는 것 외엔
다른 데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세월을 20년 넘게 살다보니
50대 선배들 처럼 정치권에 진입하지도 못했어요.
좋은 세상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해요.
세상을 바꿀 힘을 갖지 못해 미안해요.
하지만 여러분들이 세상을 바꾸고자 할 때,
미약한 힘이나마 보탤게요.
20~30대 여러분과 함께 할게요.
우리 함께 이 불합리한 세상을 바꿔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