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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6 11: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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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황에 따라 몇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문제는
모든 언어가 다 가지고 있습니다.
‘동음이의어’, ‘이음동의어’는 어느 언어에나 존재합니다.
비근한 예로 ‘배’는 ‘복부’, ‘선박’, ‘과일 이름’으로도 쓰이죠.
‘오른손’은 ‘바른손’이라고도 합니다.
2. 사기, 한서 들 고서에 빗댄 표현과 심한 과장 등이 등장하는 것은
그들 특유의 역사 기술 방식인 ‘춘추필법’ 때문입니다.
자기들이 한 일은 최대한 자세하고 과장하여,
그리고 자기들로부터 멀어질 수록
최대한 간단하고 별 거 아닌 것처럼 기술하는 것이
춘추필법입니다.
여담으로, 북방민족의 침입이 너무 두려워
막대한 희생을 치르며 만리장성을 쌓아놓고
역사서에는 별 거 아닌 오랑캐처럼 기술해놓습니다.
3. 한자의 단점 중 하나로 꼽히는,
새로운 글자를 계속 만들어 하는 문제는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표의문자가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야 하는 것과
표음문자가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것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계속해서 새로운 ‘말’이 만들어지고 학습해야 하는 것은
모든 언어가 가진 공통 과제입니다.
4. 디지털 시대에 입력 방법과 속도의 문제?
‘병음’을 사용하여 알파벳 키보드로 입력하고
출력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물론 우리 한글이나 알파벳에 비해
입력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표의문자 특성상 경우에 따라서는
표음문자보다 입력 시간이 덜 걸릴 수도 있습니다.
양꼬치집에서 자주 보이는 ‘串(천, 관, 곶)’ 을 예로 들면,
꿰다, 익숙하다, 꼬챙이의 뜻도 있지만
장산곶, 호미곶 처럼 땅이름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걸 우리말로 옮기면
‘바다로 돌출된 육지의 선단부’입니다.
이렇게 길게 풀어 써야 하는 것을
串 한글자 입력만으로 끝난다는 것입니다.
5. 제가 보기에 한자의 가장 큰 문제는
같은 한자문화권의 나라들도
저마다 발음과 뜻을 달리한다는 것입니다.
위에 예로 들었던 串은
중국에서는 꿰다, 꼬챙이 같은 뜻으로 주로 쓰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쓰지 않고
장산곶, 호미곶 같이 땅이름으로 주로 씁니다.
또한 간체외 번체가 다르고
북경어와, (사어가 되긴 했지만) 만주어와 광동어가
같은 한자를 두고도 발음과 뜻을 달리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글자 하나를 두고 서로가 뜻과 해석을 달리하면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공자학원>이란 걸 세워
한자와 중국문화 보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영어와 같이 외교, 경제 분야에서
전세계에 통용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런 문제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