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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2 15: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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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원인을 따진다면 숙종의 환국정치가 되겠지만, 몇백년 후의 일에 대해선 뭔가 억울한 원인전가 같기도 하죠. 군주제 자체의 약점이라 해두면 대충 포괄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당시 세계에서 식민지로 굴러떨어지지 않은 나라가 몇 없습니다. 너무 한탄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조선도 제국주의로 나아가서 일본을 역으로 식민지로 발라먹다가 대구와 인천에 핵을 맞는다는 픽션이 있었던가 없었던가; 핵맞은 걸 자랑으로 여기는 민족이 아니라면야 유쾌한 상황은 아니겠지요. 현대를 살아가는 입장에선 오명보단 비극이 되려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대원군은 일제에 의해 너무 과소평가된 면이 많습니다. 조선정치의 마지막 실력자라 할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니 애정(?)을 갖고 알아보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고종의 개항과 개혁에 밀려서 구시대적 인물로 평가되곤 하지만, 당대 복잡한 대외관계를 헤쳐나가는 외교적 균형감각과, 병인양요·신미양요에서 열강들에게 한 방쯤 먹여줄 정도로 실력과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었죠. 왕의 책무와 백성의 열망과 역량을 잘 헤아리는 도덕적인 군주이기도 했습니다.
만약 대원군이 끝까지 치세를 유지했다면 보다 건전한 형태로 개항과 근대화가 가능했으리란 가정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겁니다. 그저 권력상태가 미묘했던 점이 고종의 열등감과 화학작용을 일으키면서 실각하게 된 점이 아쉬울 따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