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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6 22: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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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이 전개되면서 참전을 댓가로 식민지의 독립을 보장하겠다고 한 게 표면적인 명분이었죠.
다만 1차대전의 전후처리를 보면, 패전국만 식민지를 잃고 승전국은 식민지를 그대로 유지했으니 2차대전 후 식민지의 독립에는 들어맞지 않습니다.
일단의 의견은 미국의 노예해방처럼, 경제구조가 변화했기 때문이란 의견이 있겠습니다. 정치적으로도 불안하고 윤리적으로도 뻑적지근한 식민지지배보다 경제잠식이라는 세련된 방법이 도입되었으니 말이죠. 식민지 총독보다는 경제저격수가 비용도 적게들고 훨씬 성과가 좋았거니와, 그렇지 않더라도 자유무역으로 야기된 국제적 분업은 대놓고 착취하는 것보다 훨씬 성과가 좋았습니다.
게다가 냉전시대로 접어들면서 윤리적인 금기 이상으로 외교적인 문제가 발발할 여지도 커졌지요. 괜한 욕심에 식민지를 보유했다간 공산주의의 확산으로 바로 똥망. 미국조차 베트남전으로 학을 뗀판인데 아프리카 밀림 한 가운데도 식민지의 바늘 하나 꽂을 땅은 없었을 겁니다. 말 그대로 '식민'할 뿐인 태평양의 미크로네시아 지역 정도나 남았을까요.
결정적으로는 식민지 본국의 중산층의 등장과 민주주의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식민지를 갖게 되면 '식민지의 노동자 vs 본국의 노동자, 식민지의 상품vs본국의 상품'의 경쟁이 발생합니다. 본국의 저숙련공, 무산계층, 경공업 자본가는 식민지가 없을 때보다 훨씬 가혹한 경쟁상황에 놓이게 되지요. 그토록 식민지가 많던 대영제국과 식민지에 손가락이나 빨던 독일과 미국의 노동자를 비교하면 역설적인 상황이 의외로 들어맞습니다.
여기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국가의 연대의식을 지키고 노동자의 중산층으로의 성장을 위해선 식민지를 포기하는 편이 의외로 현명한 선택이 된 거 같습니다. 최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논의와도 맞닿아있는 내용입니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자국의 저숙련 노동자와 경쟁시키다보면 산업혁신도 사라지고 빈부격차만 심해지니 이를 제한하는 식인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