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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3 13: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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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사실 어폐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현대사 중 최강의 반란은 부마항쟁이었습니다. 만약 무력진압으로 이어졌으면 내전급 사태가 발생했겠지요.
위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민초단계에서의 지역감정은 꽤 오묘한 문제입니다. 지역감정이 전혀 없다고 하기엔 지나친 억측이고, 있긴 있다고 보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지정학적인 요인이라고 할까요.
영남은 소백산맥으로 막힌 폐쇄적인 지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호남에 비해 서울에 대한 심리적인 거리감을 많이 갖게 만들죠. 그리고 상대적으로 평균농업산출량이 호남에 비해 적습니다. 지역 토호의 발언력은 덜하여 지역을 산업화를 시키는데 보다 유리했으며, 일반 주민들은 기왕이면 서울보단 영남 내의 도시권으로 이주하려는 요인이 강했죠. 이는 지역을 이탈하여 산업화된 서울로 향하기보단, 영남 내륙을 산업화시키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필 경부라인으로 공업화 라인이 결정된 것도 이러한 변화에 탄력을 주었지요.
다만 산업화로 인한 혜택은 수도권으로 집중되었으며, 영호남은 그저 비슷한 시궁창 취급을 받았을 뿐입니다. 그저 영남에는 일자리가 늘었으니, 호남의 일반 주민은 고향이고 뭐고 소작농마냥 사느니, 돈이라도 벌자며 수도권 및 영남으로 이촌향도하는, 평범하게 예상가능한 행동을 보였을 겁니다.
이런 이촌향도 과정에서 지역감정의 기반이 되는 스테레오타입이 형성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호남에서 이촌향도하는 사람은 대체로 무산계층이며, 타지에서 자신을 지켜줄만한 게 거의 없었지요. 결국 동향끼리 뭉치기 십상이었고, 이를 영남의 주민들은 제노포비아(외국인 공포)로 받아들이기 쉬웠을 겁니다. 하필 무산계층의 호남인들은 궂은 일, 또는 범죄에 빠지는 경우도 많았으니 고정관념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기폭제가 되었을 겁니다. 현재 국내의 조선족을 바라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물론 이러한 오해를 적극적으로 물리쳤으면 지금의 골이 깊은 지역감정은 없었겠지만 그 누구도 그럴 의지나 노력을 보이지는 않았죠. 하필 정치인들이 활용해먹기 좋은 소재였기도 하고 수도권은 찐따들끼리 싸운다며 뀔뀔뀔 했을터이니, 실은 지역감정의 주체 둘 다 피해자이긴 매한가지입니다.
최근의 지역감정은 글쎄요. 젊은 층에선 거의 없어진 거 같습니다. 지역의 인구가 줄고 있는데다, 1베라는 훌륭한 결집수단이 있으니 지역감정보단 비하, 혐오가 주된 콘텐츠가 되었죠. 이쪽이 훨씬 위험한 거 같지만; 아울러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이 본질적인 문제인데 영호남을 갈라두니 꽤 짭짤하게 먹히는터라 여태까지 해먹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 이전의 지역감정은 글쎄요. 서북지역 차별에 대해선 들어본 적은 있는데 (도산 안창호 선생 등) 그 이외는 근거가 많이 빈약하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훈요 10조 내용은 궁예의 잔당을 억압하기 위한 것이지 호남차별은 아니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과거엔 지역감정이 생길 정도로 이주가 많진 않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