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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1 2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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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보면 외세침략을 잘 막아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외세가 침략할 때도 저울질을 해보고 쳐들어올텐데, 쳐들어가서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많으면 쳐들어가지 않는 게 보통이니까요.
이븐 할둔이라는 역사학자가 지적했다시피, 유목민족이 정주민족의 땅을 뺏으면 처음에는 잘 뭉쳐지내다가 도시생활에 적응되면 일치된 민족의식이 흐트러지기 쉽습니다. 그러면 다른 유목민족에게 도시를 내어주기 쉬워지는 거죠. 외세의 침공을 많이 받은 지역을 보면 그 지역의 지정학적, 경제적 요인 외에도 이러한 민족단위의 결집력, 중앙집권화 정도가 영향을 많이 주는 거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외침을 적게 받은 것도 선조들이 정주민족으로서 나태해지기 쉬운 민족성을 이겨내고, 치열하게 싸워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 상대는 인류 역사상 넓은 지역을 제패하고 전세계를 불태운 몽골, 가장 오랫동안 가장 강력한 국가를 유지해온 중국, 그 중국을 털어먹으며 노략질한 왜구, 그 왜구가 결집한 일본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제국주의의 치하에서 수십년간 핍박받기도 했지요. 그럼에도 지금껏 살아남은 민족이라하면 자부심 정도가 아니라 선민의식을 가져도 될 정도입니다;
그리고 침략의 질적인 면을 간과한 측면도 큽니다. 유럽이나 일본의 봉건사회에선 전쟁으로 국가지도층만 바꿔먹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춘추전국시대 이후 동아시아는 민족단위로 멸절전쟁이 일어나기 십상이었습니다. 우리가 겪은 고수전쟁, 고당전쟁, 나당전쟁, 고려-거란 전쟁, 몽골의 침략, 임진왜란 등 전쟁의 개념은 총력전에 규모도 세계대전급으로 터져나가는 수준이었지요. 순전히 침략횟수나 평균적인 전쟁 규모만 놓았을 때는 간과되기 쉬운 내용들입니다.
결국 본문에서 언급한 내용은 당대 역사의 흐름에 대한 편협한 이해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신이 살아온 바탕으로 분석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지만... 그보다 미국이라는 최대, 최악의 아웃라이어를 두고 그런말 하면 섭섭한데 말이죠; 이쪽은 침공 한방에 2천만의 원주민족이 증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