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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1 23: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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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견이지만, 문재인의 최대 약점이 이제 명백하게 드러난 거 같습니다.
지지세력이 많습니다. 너무 많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지지세력이 많기 때문에 문재인은 타락할 위험이 가장 커졌습니다.
권력자는 반대가 있더라도 옳은 일은 그대로 수행해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FTA, 이라크 파병 등 욕이란 욕 다 먹어가면서 추진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그게 옳았기 때문이지요. 결과만 좋았던 건 아닙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신념과 원칙, 현재와 미래를 모두 고려한 계산하에 움직였던 거지요.
문재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옳은 일만 하다가 말년에 쓸쓸하게 축출당하는 걸 반면교사로 삼은 셈이겠지만, 그 결과는 더욱 처참할 위험이 있겠습니다.
어쨌든 당선 후에는 지금 지지표명한 '세력'들이 자기들 쉐어를 요구해올 겁니다. 이들을 그의 대의, 신념으로 토사구팽시킬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허수아비 대통령이 될 것이며, 축출해낸다면 국민 대부분을 적으로 돌리고 나라가 이상적인 개판이 될 겁니다; 전자는 백성들의 사랑을 갈구하다 묘한데서 국가의 미래를 끌어와 쓰다가 거덜낼 것이며, 후자는 저마다 살아남기위해 내가 진성 문재인의 추종자라면서 혈통증명, 충성서약까지 하며 정치공백마다 호족이 들어차면서 호족정치가 시작되겠죠. 전형적인 포퓰리즘의 최후입니다.
어쨌든 정치는 귀찮고 번거로운 갈등의 연속입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 문재인 또한 우는 아이 떡하나 더 주는 것으로 퉁치는 것으로 보였으니, 앞으로는 초법적이고 기괴한 형태로 민의가 반영될 길이 열렸다고 봐야겠습니다.
제 3의 길이 있다면 문재인 요정설이 있겠습니다. '남자가 차별받는 상황에 대해 경각심이 적어서 우리가 페미를 중용해보았어'라고 한다면 뭥...; 행복회로나 돌리는 것으로.
마치 '여러분이 정치에 관심이 적은 거 같아 4대강을 끼얹어보았습니다'는 어맹뿌 요정설과 비슷하겠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겠지요;
저도 개인적으로는 문재인에 호감도 많아서 후원도 하고 책도 사고 그랬습니다만... 그만큼 약점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써 외면해왔던 거 같습니다. 여태껏 포스트 문재인을 걱정했다지만 이젠 문재인 당대도 걱정될 따름이네요.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