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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1 0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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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적 관점에서 보면 조선왕조의 작은 정부 추구는 자유주의 이념의 갈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적인 경제적 자유주의 또한 국가주도의 중상주의,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과 대안으로서 등장한 걸 통해 당대 경제정책의 등장배경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약한 정부를 지향할 경우 삼국시대나 신라말기처럼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기가 오기 십상입니다. 중앙집권화를 이룰 경우 이런 혼란상은 피할 수 있지만, 정부가 독재를 지향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더군다나 왕조사회에서는 폭군이 등장할 경우 견제할 세력이 없어지며 비대해진 정부가 쓸데없는 사업을 일으키기 십상입니다. 인권탄압, 사치, 무리한 토목공사, 전쟁 등등 말이죠.
타협할 방법이라면 정치적으로는 중앙집권화 하되, 경제적으로는 분권화를 지향하는 겁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향촌사회와 자급자족적 농업 위주의 정책은 어찌보면 조선이 500년동안 안정적으로 한반도 영역을 통치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이념이 된 것입니다. 굉장히 섬세한 조정이 필요한 정부였죠. 군주로서는 당연히 산업을 일으키고 왕권을 강화하고 싶겠지만 그 위험성을 인지했기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본문에서 지적한 기간산업에 대한 투자가 적어진 건 작은 정부 지향에 따른 부산물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를 상쇄할 정도로 정치적인 건전성이 보장될 수 있었기에 조선왕조가 꽤 유지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화폐 및 유통경제 미발달로 인한 비효율성을 잠식할 정도로 말이죠. 실상 메이지유신 이전의 청, 조선, 일본의 문명수준의 차이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 또한 청과 조선의 정치적 부패가 극심해졌기에 서세동점의 시대로 이어진 거죠.
단순히 금욕적인 왕조였기에 멸망했다 하기엔 경제사적인 설명이 부족할 따름입니다. 이 땅에서 국가주도, 중상(공)주의적 정책을 펼친 게 박죤늬, 김씨왕조이며, 자유주의와 지방자치제가 도입되면서 한국 경제가 선진국 대열에 올라설 수 있었음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국주의적으로 영토과 인민을 지배하고 타국을 깨부수는 맛에 역사를 본다면 500년이 주는 무게가 이해되지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