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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1 23: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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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일본은 역사인식과 기반이 생각 이상으로 다른 거 같습니다.
일본은 중앙집권화와 민족주의가 들어선 게 빨라야 메이지유신 때입니다. 그 이전엔 봉건영주간의 각축장에 불과했고 역사인식이래봐야 자기들끼리 콩닥콩닥 땅따먹기 한 게 전부입니다. 거국적인 단결을 이끌어낸 게 빨라야 여몽원정이고, 확립된 건 메이지유신에서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지는 시기다보니 역사를 영웅담, 위인전 정도로 가볍게 취급하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인식도 아닙니다. 문화권으로 구분한다면 중국보다는 동남아지역의 문화권에 더 가깝다고 할까요.
임진왜란이 세계적 규모의 전쟁이었음에도 일본 내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이유와 상통하지요. 민족 대 민족의 거국적인 대결이 아닌, 몇몇 다이묘들이 대륙진출하다가 고꾸라지고 말았다고 치부하는 정도, 오락성이 떨어진다는 게 일본의 역사인식 수준입니다. 그러다보니 한일합병이나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에서의 만행을 인정하지도 않는 거죠.
반면 우리나라는 중앙집권화와 민족주의가 상당히 빨리 이루어진 편입니다. 빨리 잡으면 나당전쟁 후 남북국시대, 늦어도 고려시대엔 확립되었다고 보는 편입니다. 그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민족단위의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꾸준히 이어왔다보니 각색을 하려 해도 너무 비장한 겁니다. 허구로 각색하여 가볍게 다룰만한 소재는 절대 아닙니다. 당연히 까일만 합니다.
결론은 우리가 역사를 이해하는데 경직적인 게 아니라, 역사인식의 기반이 달라서 생기는 격차 같습니다. 뭐, 은혼에서 다루는 시기와 비슷하게 무협지 펼치던 시기라면 우리나라에도 구한말이 있지만 이쪽은 완전 배드엔딩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