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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8 0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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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을 지나치게 사악하게 상상해서 통일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게 현재의 상황이긴 합니다. 주변국이 한반도에 통일정부가 들어서는 걸 원치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 말이죠.
사실 한국이라는 금싸라기 볼모만 없었으면, 미국이든 중국이든 북한이 시리아처럼 나라가 개떡이 되어도 신경도 안썼을 겁니다. 즉 통일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주체는 남한이고, 이를 너무 과소평가 한 게 그제까지의 판도였지요. 이제서야 제대로 균형추를 맞춰서 협상장을 연 셈입니다. 중국과 미국은 남북이 적어도 평화공존을 하는 편이, 외교가 안되는 국가가 줄어들어서 속이 편해지는 상황입니다. 중미가 서로 영향력 싸움을 하는 거 같아도 속마음은 의외로 비슷하지요. 다만 서로의 신호를 잘못 해석하면 난장판이 될까봐 진심을 드러내지 않을 뿐;
러시아나 일본은 말마따나 들러리들입니다만, 이상하게도 통일비용을 감내할 또 다른 주체가 될 공산이 큽니다; 뚱딴지 같은 이야기 같지만, 통일한국이 혹여 불안정에 빠지면 주변국은 그 충격을 전파받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통일 과정에 별 관계도 없고 영향력도 없을 거 같은데도 물주가 될 가능성은 높은 이상한 포지션이 되는 거지요. 억울하겠지만 국제정세의 냉혹한 경험이라 생각해야지 별 수 없...
근데 사실 그렇게 따져도 거스름이 남는 장사이긴 합니다. 어쨌든 이참에 생색이나 내겠다는 심통을 부릴 순 있겠는데, 의외로 러시아가 조용한 걸 보면 뭔가 딜이 있었던 거 같기도 합니다; 일본만 방방 뛰겠지만 뾰족한 명분은 없는 상태. 이번엔 남북회담 자체보다도, 남북을 중심으로 한 4자회담으로 판을 좁힌 게, 제대로 된 진전이며 신의 한 수가 된 거 같습니다.
이후 진전될 통일에 대한 논의도 통일의 결과보다도 형태와 속도가 더 중요한 거 같습니다. 지금은 사실 남북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지 너무 급진적으로 결론짓는 건 다소 위태로울지도요. 물론 긍정적인 신호임엔 분명하니까, 지금은 교과서에 넣을 사진만 잘 뽑아내도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