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9
2017-03-03 14:41:19
24
근데 하루키는 좌우익 같은 단순한 개념으로
양분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에요.
물론 세간의 잣대로는 좌익이 맞습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좌익이죠.
6,70년대 일본의 격렬했던 학생운동을 시시하다고
평가했을 정도니까요. (노르웨이 숲, 해변의 카프카
등의 작품에서 노골적으로 비춰집니다)
에세이를 보면 투표는 꼬박꼬박 했지만
한번도 자신이 투표한 인물이 당선된 적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자민당의 일당 독재나
다름없는 일본의 정치구조 상 그의 이념정향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올림픽의 상업주의에 대해 집요한 비판을 날리기도 했고
군벌, 기업구조 등에 대한 날선 비판도 숨기지 않아요.
환갑 이후로는 국내외 공개석상에서 좌파적 발언을
뚜렷이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예루살렘상을 수상하며 수상소감으로
이스라엘의 가자침공을 깐 부분은 정말 대사건이었죠.
하지만 그의 저작들을 가만히 읽어보면
사실 우파적 성향이 강한 인물이에요.
공장, 전자제품 등 기존 일본의 주력 2차산업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공장견학문으로 책까지 냈죠
제목도 '해 뜨는 국가의 공장'이라는 무척 우익스러운 표현으로^^;),
예술계통에 있는 자들이라면 일단 까고 보는
초권력적 미국에 대한 무한한 동경,
수익구조에 대해 대단히 깐깐하고, 막대한 부를
손에 넣었지만 기부 등엔 인색하다는 점 등,
자본주의적 경향도 적지 않은 작가로도 유명하죠.
일 년에 넥타이도 한 두번 맬까말까한 프리한 면 뒤에는
일본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나 끼니조차 걱정하던
청년시절을 겪다가 일본경제 황금기의 덕을 본
자본주의적 세대의 심장도 분명히 뛰고 있습니다.
물론 그 역설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는 사람이지만요.
다양한 삶을 경험하고 세계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다양한 생각으로 풀어내고 있는 자유주의자에요.
복잡한 사상과 신념을 엄청난 독서로 정립시키고
유지하고 있는 대단한 사람이기도 하죠.
멍청한 스레 놈들이야 이런 발언을 좌익적 발상으로만
받아들이겠죠. 속상할 거에요.
결론만 보고 색깔을 칠해버리는 놈들과,
단순한 정치관에 눈이 멀어 역사적 사실조차
구별 못 하는 바보들을 위해 자국어로 책을 내며
자국민으로서 포용해야 한다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