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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0 20: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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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신나서 막 걷고 있는데
(도시가 진짜 예뻐요 물가도 미친듯이 싸고 밥도 맛있고)
앞서 가던 백인 남성이 뭘 줍더군요.
전 원래 남에게(동성에겐 더더욱) 관심이 없는 터라
신경도 안 쓰고 앞질러 가는데,
갑자기 제 눈 앞에 비닐팩에 든 돈뭉치를 불쑥 내미는거에요;;
딱 봐도 US 달러로 몇 백은 족히 되어 보였어요;
그러더니 저한테 같은 장소에 있었으니 50:50으로 나누자더군요.
순간 혹한 건 사실입니다ㅡㅡ;
돈뭉치가 두~툼한 게 예뻐 보이기까지 하더군요.
하지만 점유이탈물횡령죄..속인주의..뭐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고
근데 이 놈은 내가 달라해도 다 지꺼라고 도망가야할 판에
왜 돈을 못 나눠서 안달이지?
어? 그러고 보니까 현지인 같은데 영어는 또 왜이렇게 잘 해
잠깐 왜 또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게 US 딸라야?
하는 생각들이 줄지어 들더군요.
그래서 너 혼자 다 먹어, 그리고 난 여행 중이니까 방해하지마,
라고 쿨하게 말하고 뒤돌아 갔습니다.
가는 동안 너무 성급했던 건 아닐까, 라고 전혀 후회하지 않았어요.
진짜로요. 이게 거짓말이면 올해 제게 여친 생길겁니다.
근데 어땠는지 아시나요.
저 그날 길에서 수백 달러 주운 놈 3명 더 만났습니다 ㅋㅋㅋㅋㅋ
50:50 용어까지 똑같이 쓰더군요 ㅋㅋㅋㅋㅋ
여러분 우크라이나가 이렇게 돈이 길에 굴러다니는 나라입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저렇게 50퍼 받아가면
무서운 형님들이 따라와서 돈주인 행세를 하며
원래 있었던 돈만큼 내놓으라고 한답니다.
나머지 50퍼 뜯기는거죠.
(근데 그냥 삥을 뜯어도 난 뜯길텐데 왜 굳이 귀엽게..)
암튼 여행 중엔 항상 조심요!!
적어도 외국에서, 생전 첨 보는 놈덕에 횡재할 일은 있을리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