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체육대회가 열린 날
남자직원이 부족한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축구시합에 참여하게 되었다. 팀원들은 내게 "팀장님 회사 체육대회 하다 다쳐도 산재니까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뛰어 보세요!" 라며 응원해줬다. 그동안 연약한 팀장, 갈대보다 더 바람에 휘날리는 팀장, 하지만 고기를 잘 먹지는 못하지만 잘 굽는 젠틀맨으로만
보였던 나는 군대 시절 호나우딩딩딩요 (생긴 것만..)라고 불렸던 영광의 시절을 떠올리며 반드시 골을 넣고 미쓰에이 안무 세러모니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드디어 축구 시합이 시작되었고 난 레이저 포인트를 쫓는 고양이처럼 열심히 공만 쫓아다녔다. 시작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정신이 혼미해졌지만
애타게 나를 응원하는 팀원들의 목소리에 스티븐 시걸에게 맞아 떡실신한 준리가 "아빠 일어나" 라는 딸의 외침에 벌떡 일어난 것처럼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공을 찾아 달리고 있었다.
서울, 경기 각 지역의 조기 축구회 정예 멤버들이 참여한 그 시합은 살인 태클과 옷 잡고 늘어지기와 아저씨들의 배치기가 난무하는 전쟁터였다.
그 전쟁터의 길 잃은 탈영병처럼 골대 옆에서 서 있던 내 쪽으로 공이 날아왔다. 순간 나도 모르게 날아올랐다. 내 머리에 공이 닿았다.
그리고 사람들의 환호가 들렸다. 내가.. 내가 골을 넣다니.. 축구 인생에서 처음 느껴보는 골 맛이었다.
어라.. 골을 내가 넣었는데 왜 상대 팀이 내 어깨를 두들기고 잘했다고 하지..
아.. 자살골이구나.. 미쓰에이 춤을 췄으면 아마도 난 죽었을 거다. 그 뒤로 난 그 회사에서 다시는 축구공을 차 볼 기회가 없었다.
Y에게 나를 처음 봤을 때 소감을 말해달라! 하니까 보내 준 카톡..
"미투..." 라고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