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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7 16: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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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2년 되었을 때인가 생일 때 와이프가 받고 싶은 게 없느냐고 물어 봤다.
나도 사람인데 당연히 받고 싶은 게 있었고, 와이프는 자기가 맞춰보겠다며 첫 글자만 알려달라고 했다.
"'고'로 시작해. 맞춰봐. 야옹.."
그 뒤 고구마, 고사리, 고속버스, 고민상담, 고추, 고지혈증 등 전부 기억나지 않지만 '고'로 시작하는 단어를 계속 나열했다.
하지만 내가 받고 싶은 단어를 알면서도 와이프는 계속 엉뚱한 단어만 말하고 있었다.
"그런 거 아니야. 동물이야 동물!"
"고등어?"
"아니 살아있는 동물!!! 냥~"
"아!! 그거구나"
"그래 그거!!" 나는 혓바닥으로 손등을 핥으면서 말했다.
"고라니!!! 내가 담에 본가 가면 잡아줄게!."
그날 와이프는 끝까지 고양이라는 단어를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삐져서 벽을 박박 긁고 있는 나에게 "미안해 오빠 내가 비염이 심해서 털 날리는 동물과는 함께 할 수 있어."
내 머리에 탈모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와이프의 비염도 약간 줄어든 것 같다.
나도 털 날리는 짐승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