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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1 12: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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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녀석이 처음 이성에게 고백한 것은 대학 1학년 때 였다.
학교 앞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소녀였는데, (그녀도 20살이었지만, 소녀라 표현하고 싶다.) 우연한 기회에 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녀석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 수업이 끝나면 집에 가거나 벤치에 앉아 맑은 가을 하늘 아래 고추나 일광욕할 것이지 매일 같이 그 카페를 방문했다.
녀석은 항상 옆구리에 세계문학 전집 한 권을 끼고 도도하게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우린 '녀석이 뭔가 있어 보이는 문학청년으로 둔갑술을 쓰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주문하지 않는 에스프레소를 시키며 그녀의 기억에 각인되고 싶어서 그런다' 등 다양한 추측을 했다. 하지만 녀석이 에스프레소를 매일 시키는 이유는 그 카페에서 가장 싼 메뉴였기 때문이었다.
녀석이 카페를 드나든 지 한 달이 되어가도 녀석은 그녀에게 항상 하는 '에스프레소 한 잔이요.'라는 멘트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대화를 주고 받은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