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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6 20: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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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행위에 대해서도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진화론에 반하는 것이 아님을 잘 설명한 바 있습니다.
즉 개체 단위에서 단절을 초래하는 희생적인 행위는 겉보기로는 진화론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유전자 단위에서는 오히려 존속을 위해 유리한 행위라는 겁니다.
즉, 우리가 가장 쉽게 찾아볼수있는 이타적 행위는 '모성애' 또는 '부성애'적 행위인 경우가 많고,
그 밖의 경우라도 가까운 친지나 이웃을 돕는 행위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한 유전자를 지닌 그 개체는 비록 죽겠지만,
이타적 유전자를 공유하는 유전자 풀 자체는 존속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게 된다는 거죠.
그러나 제가 '복잡성'이라는 말로써 하려는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 행위를 거시적 경향성으로 단순화한 것입니다.
거시적 경향에는 필연성이 존재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님이 말씀하신'동성애 유전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님이 설명해주신 매커니즘은 '동성애자'가 필연적으로 존재함을 거시적으로 설명해 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동성애자인 '나', 또는 동성애자가 아닌 '나'를 규정 짓는 절대적 필연성이 아닙니다.
인류 유전자 풀에 동성애 유전자가 포함되는 것이 비록 필연적 경향성이라 할지라도,
내가 동성애자로 태어날 것인지 아닌지는 우연적인 것입니다.
'내가 어떤 존재로 태어났는가'라는 것은 우연적 운명입니다.
나는 동성애자로 태어날수도 있었고, 여자로 태어날수도 있었고, 희생정신을 가진 아이 또는 사이코패스로 태어날수도 있었고,
아니면 개나 고양이, 벌레로 태어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나는 '나'이고,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확정된 한가지 가능성만이 실존하는 내가 됩니다.
아무리 세상에 여러가지 모습의 수많은 존재들이 있어도,
'나'라는 실존의 입장에서 내가 이러한 존재인 것은 우연한 사건일수 밖에 없습니다.
요컨대 인간 부모가 인간을 낳는 것은 필연이지만,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은 우연이라는 겁니다.
세상에 어떤 이론도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건 신이겠죠.
이론은 대상을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원리로 설명하려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실존은 개별적이고 우연적입니다.
'나'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실제로 살아가는 삶이며, '나'는 주체로서 내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결정해야만 합니다.
설령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설명되고 예측되는 정해진 운명에 따라 우리 개별자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설령 이타적 동기가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어떤 기제라고 할지라도,
실제로 윤리적 행위를 실천하는 것은 실재하는 주체이며, 그 행위가 당연한 기계적 산출인 것 처럼 이해되어서는 안됩니다.
또한 동성애라는 특정한 성향이 어떤 유전자 때문이며 그것이 인류의 생존을 위해 유익하다, 또는 무익하다는 평가는
각각의 실존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함에 있어서 큰 의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