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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02: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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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제가 복무한 부대는 그나마 나름대로 선진병영이라,
구타는 거의 근절된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사람 사는데다 보니 싸움도 간간히 생기고,
또라이 같은 인간이 후임 괴롭히는 경우는 꽤 있었긴 하지만..
어쨋든.... 저는 단 한번도 가혹행위를 하거나, 가담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가혹행위가 벌어지는 것을 보고 침묵한 적은 있습니다.
가혹행위라는 것이 항상 뚜렷하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죠.
오히려 애매하고, 분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벌어지는 가혹행위가 더 무서운 겁니다.
청소시간에 후임을 움직이지 못하게 뒤에서 양팔을 붙잡고, 바지와 팬티를 벗겨 구경거리로 만드는 건 분명 가혹행위죠.
당시 상병장들은, 저의 맞선임뻘 되는 일병에게 그런 짓들을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다른 후임들도 그걸 보면서 같이 웃었습니다.
당하는 한사람만을 빼고 다른 모두가 웃으면서 즐기는 그런 야만적인 행위가,
과연 장난이라고 치부할수 있는지, 아니면 일병 나부랭이인 내가 그런 짓들을 벌이는 선임들에게
이건 아니지 않냐고 말할 수 있는지...
내부고발은 상당히 용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게다가 그것이 처음부터 극단적인 방식이 아니라 미묘한 수준부터 시작한다면,
에이, 이 정도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고할 일은 아니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처음엔 아마 흔한 말로 놀리는 것부터 시작했겠죠. 그게 점점더 그 사람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굳어져가고,
결국 그 한 사람은 누구에게나 만만한 동네북이 됩니다.
그런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결국 그 선임은, 자기를 꾸준히 괴롭혀온 상병이랑 주먹다짐을 하고
둘 다 사이좋게 영창을 갔습니다.
뭐 결국 화해도 하고 누구 하나 크게 다치는 일 없이 다들 전역했습니다만.
가끔 그 때를 생각하면 고발할 용기가 없었던 스스로를 겁쟁이라고 탓해야 할지,
결과적으론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괜히 나서서 다치지 않은 것을 현명했다고 자위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