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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5 08: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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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동생은 이미 혼기가 꽉 찬 30대 초반인데 아직 공부를 하고 있지요. 여친을 사귀는데 거의 4살 연상쯤 됩니다. 결혼하고 싶다고 난린데 여친은 고학력이나 직업이 프리렌서고 안정적이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동생은 집안의 지원을 받아가며 유학을 하고 있으니 전혀 결혼할 처지가 못되요. (게다가 비행기 10시간의 엄청난 장거리 커플....)
우리 어머니께서는 그냥 여친의 존재를 인정은 하시되 무덤덤하게 대하십니다. 부정도, 인정도 하지 않는 무덤덤한 상태. 기 쓰고 반대하면 둘이 더 죽고 못살고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니 그냥 쿨한 상태를 유지하시는 거죠. 그리고 실제로도 그놈 인생인데 내가 우째 막겠노? 라고 가끔 얘기하십니다.
누나인 저도 여친으로 인정하되 결혼은 현실이다 라는 말은 간간히 해 줍니다.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내 아이가 행복하려면 내 가족이 행복해야 하고, 그러려면 안정적인 가정의 틀이 갖춰져야 하고 경제적인 안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로부터 경제적, 정신적 독립이 우선이다. 라고 말해주지요.
여친쪽은 빨리 결혼하길 원하지만 동생이 아직은 중심을 잘 잡고 있네요.
결혼과 동시에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살아가야 합니다. 언니나 아빠가 해결해주지 않지요. 그걸 잠시 경험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저는 무덤덤하게 대할 것을 권합니다. 네 계절은 더 사귀어 보고 결혼하는게 어떻겠냐는 가벼운 충고 정도. 그게 안 통하면 네 인생이니 내가 간섭할 권리는 없다. 단지 피임에는 신경쓰고, 혼인신고는 좀 미루는게 어떻겠니? 정도.(루프시술 해 주는 것도 괜찮겠지요. 아이가 없으면 새로 시작하기 좀 수월하지만 아이가 생기면 일이 달라집니다.)
십중 팔구 상처받고 다시 돌아오겠지요. 그럴때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그 상처가 자양분이 되어 다음에는 남자 보는 눈이 좀 더 생길 겁니다.
스스로 무덤으로 걸어들어가더라도 성인인 동생을 강압적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다시 무덤에서 걸어나올 때 좀 더 수월할 수 있도록 약간의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