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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1 17: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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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음모른이 일정 부분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사회라는 게 복잡 다단한 이해관계가 이중 삼중으로 합종연횡하는 곳이다 보니
하나의 현상에 작용하는 세력과 영향, 배경 등의 구도가
그저 입체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예를 들면, 적의 적은 나의 적이기에
여느 때라면 적이었을 진영에 가세하는 경우도 있고
요것 봐라 이 동네에 이런 움직임이 있네?
요렇게 조렇게 분탕치면 이렇게 우리에게 유리하겠구나! 하여 참전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건 아니다 싶지만 어쨌든 살아 남기 위해
이렇게라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거고요.
현상의 탈을 쓴 기획.
딱히 방아쇠를 내 손으로 당길 필요도 없고
계약서를 써줄 필요도 없고 협상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넛지. nudge 라고 하던가요.
부분적일 지라도 사회 시스템을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영향력과 네트워크가 있다면
사회 여론의 해묵은 틈과 갈증을 알고 있다면 단지 조금씩만 건드려주면 됩니다.
미디어. SNS 소셜 미디어.
그렇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뉘앙스를 달리 하는 것만으로도
작은 날개 짓들을 불러 일으키고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시대이거든요.
현상에 기획이 따라 붙은 것인지 기획이 현상을 부추긴 것인지
닭이냐 계란이냐 수준의 상호 작용을 통한 것인지
점점 더 구분하기 힘들어지겠죠.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개인이나 집단이 갑자기 주목 받고 뜨는 경우라면 종종 봐 왔지만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로, 조직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상당 기간에 걸쳐,
예상 외의 각도에서까지 비호를 받는 경우는 딱 두 번 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두 번의 사례는 모두
진보 진영을 분열시키는 방향이었습니다.
기획 상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점 역시 비슷합니다.
첫번째는 안철수였고,
메갈이 두번째입니다.
기존의 여론 지형을 정치 공학적으로 계산하고 기획해서
틈을 파고 드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라든가
최소한의 인풋으로 최대치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구성이라든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지점들이 있습니다.